한쪽 다리로 완주한 2017춘천마라톤(부제:찌꺼래기가 된 완주)
큰 대회날은 항상 일찍 일어나 아파트 뒤로 나있는 길을 천천히 달리면 코스와 속도 등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곤 했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생락합니다. 부상 당한 왼쪽 다리가 얼마나 버텨줄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복장은 짧은 팬티에 상의는 긴팔, 반팔, 나시티 세가지를 준비했는데 걸어 들어올 경우를 대비하여 반팔로
최종 선택하였습니다.
오늘은 구름에 해가 가려져 있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라 달리기엔 제일 좋아 보입니다.
그러나 역시 다리가 문제~
출발부터 다른 선수들이 추월할 수 있게 오른쪽으로 빠져서 달립니다.
부상 부위에 약간의 통증이 있지만 천천히 달리니 견딜만한게 잘 하면 완주에 대한 기대도 해 봅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12킬로 지점에서 지금까지 잘 견뎌주던 경련부위가 아래쪽으로 더 확산되면서
통증이 심해져 도저히 달릴 수가 없습니다.
돌아가기에도 멀고 신매대교를 건너 가려 해도 20킬로는 더 가야 되니 걸어가는 것도 문제.
또 한편 춘천마라톤은 2001년에 처음 풀코스를 완주한 이후 작년까지 16회째 연속 완주를 이어 왔는데
오늘 완주에 실패하면 연속이란 의미가 날아가 버리니 기어서라도 가야 되나, 부상이 더 커지기 전에
포기해야 하나 계속 되뇌이며 걸어갑니다.
이러다 보니 후미그룹에서 출발했던 선수들이 휙휙 지나 갑니다.
가는데까지 가보자 하고 마음을 다잡아 먹고 걷다가 아픈 부위에 통증이 덜 오게 무릎을 악간 구부리고
쩔뚝이며 뛰어 봅니다. 어라 걷는 것 보단 빠르네~
그럼 이런 자세로 가면 얼마만에 갈수 있을까?
15~20킬로 5킬로 구간기록이 45분, 그러면 앞으로 세시간 반 정도면 골인할수 있겠네, 그럼 가자!!!
하프 지점인 신매대교를 바로 건너면 출발지점으로 갈수는 있으나 완주를 포기하게 되는 셈이고,
반환해서 나오면 춘천댐을 거쳐서 가는 완주코스입니다. 이미 결정한 대로 완주코스를 선택합니다.
새로 놓은 서상대교 언덕길을 올라 춘천댐을 지나갑니다.
속도는 없지만 자꾸만 줄어드는 거리 표지판이 반갑기만 합니다.
35킬로 지점 “자유발언대”에서 가족들에 대한 덕담을 해주고 손녀 민서와 내년초 태어날 외손녀 새코미의
건강도 빌어주는 한편 집사람의 저서출간을 축하해 주고 골인점을 향해 나아갑니다.
하프지점부터는 주위에 대부분 쩔뚝이거나 걷는 사람들인데 내가 판단하기에 부상자 아니면 연습부족인
자들인 듯 합니다. 이 분들과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만 계속 마주치게 됩니다.
소양2교를 건너 매년 만나는 소양강처녀상을 지나면서 남은 거리 표지판이 3, 2, 1로 바뀝니다.
드디어 골인 아치가 보입니다.
빨리 달리는 멋진 모습을 만들고 싶지만 마음뿐 쩔뚝쩔뚝 뒤뚱뒤뚱거리며 골인하여 오늘의 힘든 여정을
마감합니다 (기록 6:17:26)